젊은 시절에는 뭐에 빠지면 파는 면도 있었지만,
마흔이 넘어가니 익숙한게 좋고, 피곤하게 파는건 안하게 된다.
그래서 필기구 덕후도 만년필 공부도 되어 있지 않다. 그냥 주관적 느낌의 주절거림이다.
애초에 만년필을 써볼까 생각이 들었을때는
필기를 할일도 없는데, 적당한 가격에 한개 정도만 있어도 되지 싶어,
유일한 만년필이 될 테니 마음에 드는걸 고르자 싶어서 다소 신중하게 골랐다.
그래서 서초에 있는 베스트펜에 가서 종류별로 다 시필도 해보았는데,
제나일은 소규모 국내 공방이라 시필펜은 없고, 취급조차 안하는 제품이였다.
그래도 처음 고르게 된 이유는 펜클립이 없는 매끈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였다.
제나일 펜은 펜촉은 모두 동일한 펜촉을 쓰고 (시판되는 펜촉이라 한다, 수성펜 펜촉은 독일꺼라고 되어 있는데 만년필 펜촉은 어디껀지 모르겠다)
겉 디자인에 따라 모델명이 바뀌는데, 내껀 루이스 모델의 아프리칸 블랙우드 소재인 제품이라 각인한게 눈에 하나도 안띄는 단점은 있다.
그리고 책상위에 함부로 두면 때굴때굴 엄청 잘 굴러가기 때문에 (펜클립이 없으므로 굴러가는데 거침이 없다) 쓰고 나면 잘 둬야 한다.
펜촉도 금장, 은장 투톤이라 고급스럽고, 원목을 쓰는 만년필은 실제로 별로 없어서 디자인 적인 부분은 확실한 장점이긴 한다.
펜의 굵기를 EF 촉을 사서 깔끔하고 매트한 느낌으로 써지는데 (사각거리는 느낌이 강하다) 너무 얇은 촉을 사서 그런지 길게 이어지게 쓸때 좀 끊기는 경향이 있긴 하다. (이 이유때문에 주력펜은 아니 되었다) 끊김은 필기압, 필기 방식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내 손에 맞는 펜 찾는게 예민한 사람은 꽤 어려울 수 있다.
시필을 해볼 수 있는 베스트샵에서 직접 써보고 구매한 펜은 빠이롯트 캡리스펜과 홍디안 펜이다.
시필을 해본 펜중에 예상보다 별로다 싶었던 펜은 몽블랑이였다.
완전 고가라인은 아니었겠지만, (100만원대 정도 펜이였던거 같다. ) 몽블랑 펜 라인 자체의 필기감 그립감이 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 고가라인인건가 하는 의문과 함께 매력을 느끼지 못한 브랜드가 몽블랑이였고,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펜이라고 하면 라미2000 인거 같은데, (독일 펜으로 알고 있다)
나오는 잉크량이 풍부하고 부르럽게 써지는 펜이였다.
당시에 내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구매하진 않았지만 펜 자체의 매력은 분명 있다고 생각된 펜이다.
라미2000은 현대적인 펜 디자인이 취향과 거리가 있어 고르진 않았지만, 몽블랑 처럼 명성을 이해 하지 못할 펜은 아니었다.
사진 않을 펜이지만 괜찮다 싶었던 펜 브랜드를 하나 더 말하자면 파커 펜도 필기감은 꽤 마음에 들었다. 다만 그 차가운 느낌의 디자인이 영원히 내가 살 펜은 아니다.
디자인은 취향은 아니지만 구매까지 했던 파이롯트 캡리스 펜은 필기감 때문에 산 펜이다.
나는 라미펜처럼 부드럽게 써지는 펜보다 사각거리면서 깔끔하고 매트하게 써지는 걸 좋아하는데, 빠이롯트가 딱 그렇다. 얇고 깔끔하게 써지는데 끊김이 없다. 잉크가 고르게 잘 나온다.
파이롯트 펜들이 대체로 다 그런거 같다. 얇은데 깔끔하게 잘 나온다. 암튼 디자인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면 빠이롯트를 더 추천한다.
(몽블랑은 부드러운 쪽에 더 가까운 듯, 근데 라미 펜처럼 진득하게 나오는 맛은 또 없다)
홍디안은 그냥 완전 저렴히 펜으로 사본 펜으로 부담없이 막 쓰기 좋다. 펜촉이 망가지든 말든 그냥 막 쓸때 쓴다.
잉크 잘 나오고 가볍고 쬐만한 손에서 쓰기 편하다. 다만, 중국 브랜드라 애정하진 않는 펜이다. 잃어버려도 하나도 안아쉬워할 펜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최애펜은 비스콘티 메디치 만년필인데,
최애펜이 된 이유는 한가지… 그냥 이뿌다.
비스콘티는 이탈리아 제품으로 그리 오래된 브랜드도 아닌거 같은데, 한정판 라인이 엄청 화려하고 이뿌다.
물론 유명 만년필 브랜드들이 한정판 장사를 하고 있지만, (파커는 한정판 장사는 잘 못 하는 듯..)
내눈에 제일 화려한 한정판을 잘 내는 곳은 비스콘티 같다.
그리고 깨알 디테일들이 꽤나 많다.
스크류방식(펜 뚜껑 닫는 마감 방식)도 돌리면 쿠션감 있게 안착하는게 꽤나 고급스럽고,
중간에 메디치 가문 장식 안쪽으로 잉크 노출된 디테일도 깨알이다 (잉크량 체크하기는 다소 힘들고 색깔 정도 확인 하는 정도가 적당할 듯)
잉크 충전 방식도 진공 펌프식이라는데 이것도 독특한게 맘에 든다.
(다만 잉크가 많이 들어가는거 같진 않다. 하지만 다른 만년필들도 잉크가 많이 들어가는건 드물다.
만년필 사용이 잉크 충전이 꽤나 번거로운건 사실)
비스콘티 만년필 중 내가 산 메디치 라인은 그래도 고급형에 속하는거 같고 (한정판에 비하면 금액은 비할바는 못 됨)
보급형에 속하는게 고흐 라인 같은데, 시필삽에서 고흐라인은 시필을 해봤다.
다만 필기감이 완전 좋다고 느끼진 못 했지만, 나쁠것 까진 없어서 인터넷으로 메디치를 주문해서 2달만에 받았는데,
고흐 라인과 필기감은 조금 달랐다. 고흐 보다 조금 더 사각거리는 느낌이 있어 더 취향에 잘 맞긴 했다.
(비스콘티 만년필 필기감은 부드러움과 사각거림의 중간 정도. 라미몽블랑은 부드러운 쪽, 파커, 빠이롯트는 매트한 쪽에 가깝다고 느꼇따)
다만, 비스콘티 메디지 펜은 원목 바디처럼 생겼지만, 무늬만 나무 비슷한 느낌이고, 실제 소재는 합성수지이다. ㅎㅎㅎㅎ
위에도 적었지만, 원목인 바디는 드물고, 만년필은 생각보다 화려하고 빤짝짝한한 플라스틱 바디가 주류다.